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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니슬랍스키의 배우론 1카테고리 없음 2023. 5. 1. 06:30
스타니 슬랍스키의 배우 수업 그 시작은 시연으로 시작합니다. 연출 선생님인 '토르초프'는 학생들에게 마음에 드는 희곡에서 어떤 대목이든지 하나 선택하여 연기하라는 것. 학생들이 분장을 하고 의상을 입은채 조명아래서 무대에 서 있는 모습을 보고 학생들의 연극적 소질을 판단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첫 만남부터 내려진 테스트 준비에 학생들은 처음에 당황하고 작고 가벼운 희극을 생각했지만 욕심은 점점 커지며 안톤체홉이나, 고골리, 오스트롭스키 등 전설적인 작가들의 작품을 생각하기 시작합니다. 제대로 의상을 갖추고 제대로 된 무대를 해보자는 의견이 된 것이죠. 주인공은 처음엔 모짜르트 역에 관심을 보였지만 셰익스피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주인공은 오셀로를 해보기로 마음을 먹습니다. 이아고역은 친구인 폴이 연기해주기로 했습니다.
집에 돌아온 주인공은 오셀로 대본을 꺼내봅니다. 소파에 편하게 앉아서 읽기 시작하는데, 처음엔 분명 편하게 읽기 시작했지만 자기도 모르게 두 장도 채 지나지 않아서 움직이고 싶은 충동이 듭니다. 책에서는 "손, 팔, 다리, 얼굴, 안면 근육, 그리고 내 몸 속의 모든 것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라고 이야기 하는데요. 드라마나 영화의 명장면을 보거나 희곡을 읽다가 소리내 읽고싶고, 움직여보고 싶은 충동이 한 번 쯤은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배우수업의 주인공 역시 그 경험과 비슷한 상태인겁니다. 텍스트를 소리내 읽기 시작한 주인공은 편지칼을 허리춤에 차고 침대 시트와 담요로 셔츠와 가운을 대신했습니다. 언월도는 우산이, 방패는 식당의 커다란 쟁반이 대신했습니다. 비슷하게나마 오셀로의 의상과 도구를 갖춘 주인공은 정말 무사가 된 기분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외형을 갖춘 다음, 오셀로의 외적인 습관을 탐구합니다. 걸음걸이와 같은 것들 말이죠. 다섯시간이나 오셀로의 맞는 외적 습관을 찾은 주인공은 연습이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하며 만족스러워합니다. 정말 제대로 된 연습이였을까요? 우리가 처음을 연기할 때 본인 혼자 열심히 해 놓고 만족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배우 수업이 배우들의 필독서인 이유는 여기서 나타납니다. 배우들이 처음에 하는 실수를 놀랍도록 주인공이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늦은 밤까지 연습을 한 탓일까요. 주인공은 늦잠을 자고 수업에 지각합니다. 연습실에 들어갔더니 모두가 주인공을 기다리고 있었죠. 주인공은 그 시선과 분위기에 당황해 '조금 늦었나보다."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러자 조연출인 라흐마니노프 선생님은 태도에 대하여 이야기합니다. 창조의 욕구란 불러일으키기는 어렵지만, 뭉개버리기는 쉬운일이라며 혼자 하는 작업이라면 늦던 말던 상관 없겠지만 집단 작업을 무슨 권리로 주인공이 발목을 잡느냐며 배우란 군인 못지 않게 철저하게 규율을 지켜야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주인공에게 모두에게 사과하도록 합니다. 그 다음 연습 진행은 하지 않았습니다. 예술가의 인생에서 첫 연습은 중요한 사건이기에 가능한 한 가강 좋은 인상이 남도록 해주어야 한다는게 그 이유였습니다. 배우를 준비한다면 잊지 말아야할 이야기가 있습니다. 좋은 사람이 먼저 되어야 한다. 배우는 혼자 설 수 없는 직업입니다. 1인극이라고 하더라도 조명과 음향 오퍼레이터, 어셔 등 다양한 사람들이 필요합니다. 때문에 배우에게 특히 시간 약속이란 중요한 것입니다.
또 늦잠을 잘까싶어 주인공은 일찍 자려고 하는데 눈에 초콜릿이 들어왔습니다. 초콜릿을 녹여 얼굴에 찍어 발라보자 오셀로의 인종인 무어인 처럼 보였습니다. 거울 앞에서 주인공은 한참을 탐구합니다. 어떻게 하면 이가 드러나는지, 흰자위가 드러나게 하려면 얼마만큼 눈알을 굴려야하는지 등 표정과 얼굴근육을 탐구합니다. 나름의 분장을 해놓으니 의상을 입고싶어졌고, 의상을 입으니 행동을 하고싶은 욕심이 생기지만 어제보다 나아진다거나 새로운 것이 창조된 느낌은 받을 수 없었습니다. 그저 어제의 반복이었죠. '핵심'이 빠진 것 같았지만 오셀로의 외형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첫 연습날이 오고 학생들은 각자 장면 발표를 위한 준비를 합니다. 다행히 이아고를 연기할 폴은 이아고의 내면에 집중했기 때문에 주인공이 하자는 대로 불만 없이 따라주었습니다. 주인공에게는 외형이 더 중요했습니다. 그 외형들이 주인공의 방을 연상시켜주었으니까요. 방과 같은 환경이 아니라면 주인공은 집에서와 같은 영감을 되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방에서의 기억을 떠올리며 방이라고 믿으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애를 쓰면 쓸 수록 연기에 방해만 되었습니다. 자신의 대사를 모두 외운 폴과 달리 주인공은 대본을 보고 읽거나 대충 비슷하게 이야기 해야했습니다. 지금은 대사가 '주체'스러워서 아예 빼버리거나 반토막을 내는게 낫겠다 싶었죠. 심지어 전체적인 틀을 잡아주는 간단한 행동마저도 방에 있을 때처럼 자유롭지 못하게 하는 제약이 되었습니다. 대사는 내 말 같지 않았고 집에서 계획했던 세팅이나 플랜은 막상 폴의 연기와 맞물리지 않았습니다. 주인공은 외형만을 고집했습니다. 눈알을 굴리거나 이를 드러내면서 말이죠. 격렬하고 광기에 물든 장면이라면 그 연습이 효과를 봤겠지만 오셀로와 이아고 둘의 대화 장면에서는 쓸 일이 없는 행동들이었습니다. 오히려 그 연습들이, 오셀로는 야만인이기에 이럴거야 하고 만들어 놓은 틀이 되어 주인공은 더 자연스러워질 수 없었죠. 대본은 대본대로 읽고, 성격은 성격대로 연기해서 대사는 연기를 방해하고 연기는 대사를 방해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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